유화란(48세, 한내들거주)

유화란 작가의 약력1998년 국문과 졸 1998년~2008년 서울 MBC. KBS TV예능& 라디오 방송작가 2004년 결혼과 출산, 육아 2018년 동시 [저녁놀이터]로 한국안데르센상 창작동시부문 우수상 동시전문지 [동시먹는달팽이] [동시마중] [동시발전소] 등에 작품 발표 2022년 현재 개인동시집 발간 준비 중
유화란 작가의 약력1998년 국문과 졸 1998년~2008년 서울 MBC. KBS TV예능& 라디오 방송작가 2004년 결혼과 출산, 육아 2018년 동시 [저녁놀이터]로 한국안데르센상 창작동시부문 우수상 동시전문지 [동시먹는달팽이] [동시마중] [동시발전소] 등에 작품 발표 2022년 현재 개인동시집 발간 준비 중

새해 시작의 설렘과 설 명절의 분주함이 가라앉을 즈음, 동시 작가 유화란 씨를 만났다. 2022년 첫 여의주(여러분이 의미있는 마을의 주인)를 만나기 전, 그녀의 작품을 읽고 나니 어떤 분일지 몹시 궁금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일하는 여성으로서 결혼과 출산을 통과하며 경력 단절을 겪는 현실에 공감하고, 새롭게 인생 2막을 살아가는 모습을 소개하고자 한다.


유머와 감성 가득한 동시로 어린아이는 물론이고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네모난 창문

그 아이 방환하게 불 켜있다.


(중략)

동그란 달 대신

하얗게 불 밝힌

네모 달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 유화란 작가의 [네모달] 중 발췌 -

1998년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학창 시절 늘 문예반에 있었다.


소설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글을 쓰는 게 익숙했지만 아버지처럼 소설을 쓰는 일은 힘들게 느껴졌다. 국문과를 졸업하던 해에 IMF를 겪었다. 위기가 기회였을까? MBC아카데미에서 구성작가 공부를 시작하고 두 달 만에 신인작가로 발탁이 됐다. 방송 작가 일은 왠지 재밌을 것 같았다. 그 후 10년간 정신없이 일했다.


바쁘게 살다 보니 결혼 후 7년 만에 첫아이를 낳았다. 이전까진 열심히 하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육아를 해보니 이건 전혀 다른 세계였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는 불가능했다.


도서관, 내 꿈이 영글어가는 곳


아이가 자라 어린이집에 가면서 내게도 시간이 생겼다. 아파트 도서관에서 그림책, 차(茶), 캘리그래피 등 재미있는 수업이 많아 시간이 생기면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남편은 내가 일흔 살 할머니가 되어도 도서관에 가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도서관은 나의 배움터이자 쉼터였다. 그곳에서 그림책 수업을 들으며 예전에 나도 글을 쓰던 사람인데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자라났다. 이어 충북대 평생교육원에서 동시 창작반 수업을 들으며 동시작가의 꿈을 키워가던 중, 둘째 아이가 내게 찾아왔다. 잠시 숨 고르기의 시간이었지만 꿈을 향한 날갯짓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동시 작가가 되었다.
2018년 한국 안데르센상 창작동시부문 우수상 수상

2018년은 둘째가 태어나 육아로 힘들 때였다. 아이 잘 때 쉬어야 하지만 내게 허락된 유일한 시간이라 잠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동시를 쓰고 응모도 했다.


어느 여름날 아이 옆에서 지쳐 쓰러져 자고 있는데 한국 안데르센 창작동시부문 우수상에 선정됐다는 문자가 왔다. 힘든 날들에 대한 보상 같았다.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한국 안데르센 아동문학상은 동화, 동시, 그림 세 분야를 선정해 매년 6월에 발표한다. 동시는 대표작 1편을 포함해 총 10편을 제출하는데 내 동시가 선정될 줄 몰랐다. 너무 좋았다. 하지만 이후 뭔가를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동시 전문지에 투고도 하고 계속해서 내 동시를 알리기 위해 발로 뛰었다. 이후 내 동시가 잡지에도 실리고 원고 청탁도 들어왔다. 종이에 인쇄되어 이름과 약력이 나오는 감동은 상 타는 기쁨 못지않았다.

저녁 놀이터

                                   / 유화란


덩그러니

벤치에 앉아

한숨 쉬는

현우 잠바

 


나 놓고 왔다고

엄마한테 혼날 텐데

큰일 났네

 


야! 내 주인은

더 큰일 났어!

 

하품 쩌~억

입 벌린 채

철봉 아래 누워 있는

승규 책가방


                                      2018년 제 15회 한국 안데르센상 창작동시부분 우수상


두꺼비 댁이라는 별명

산남동으로 이사 온 이후 친구들에게 꺼비 댁, 두꺼비 댁이라 불렸다. 10년 전 서울에서 산남동으로 이사 올 때만 해도 여름밤 두꺼비 울음소리가 크게 들리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두꺼비가 보이지 않는다. 가끔 죽어있는 두꺼비를 목격할 뿐이다. 사실 이 마을의 원래 주인은 그들인데 사람이 와서 그렇게 된 것 같아 맘이 아프다. 산이 있고 자연과 어우러진 이곳이 좋아 터를 잡고 살아가는 건데 그들이 사라져 가는 게 미안하고 안타깝다. 두꺼비가 사라지는 게 아파트 개발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풍자하는 동시를 쓰기도 했다. 내가 사는 산, 마을, 생태공원이 동시의 소재인데... 다른 지역의 시인분들은 두꺼비마을에 산다고 하면 참 시 쓰기 좋은 곳에 산다고 한다. 내 동시를 통해 동물과 자연 등 잊혀 가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미끈미끈 투명한 젤리 속

동글동글 까만 두꺼비알

볼 수 있는

 


두꺼비 생태공원 연못은

과학 선생님
                                               - 유화란 작가의 [우리 동네 선생님] 중 발췌 -

 

‘시는 줍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이 ‘시는 줍는 것’이라 했다. 동시 선생님들끼리 인사말이 ‘오늘도 동시 많이 주으세요’다. 이처럼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동시의 소재가 되며 내 목표는 하루 한편 동시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진 않다. 아이들이 자야 시를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그래서 제일 좋은 건 아이들이 빨리 자는 거다.

함기석 선생님에 의하면 동시를 잘 쓰는 방법은 다독과 다작이라 한다. 글을 잘 쓰려면 그 방법 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관심 있는 작가들의 신간 알림 설정을 해두고, 새로 동시집이 나오면 열심히 사서 본다. 또 생활 속에서 수시로 메모를 한다. 동시집에 50편 정도가 실린다면 100편은 있어야 좋은 걸 선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일단은 쓰고 본다. 


동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동시는 시적 화자가 아이가 되는 것이지 아이만을 위한 시가 아니다. 오히려 어른에게 힐링을 준다. 동시를 통해 바쁜 일상 속 오랫동안 잊고 있던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주기 때문이다. 내가 동시를 시작한 것도 그 이유다. 공감하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 내가 쓴 동시를 읽고 누군가 함께 웃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코로나 시대에 움츠러드는 마음에 위로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동시는 나에게 힐링이자 인생이다.

                                                    유화란님의 자녀 윤이섭(6세,산남유치원), 윤지섭(12세, 산남초)와 함께
                                                    유화란님의 자녀 윤이섭(6세,산남유치원), 윤지섭(12세, 산남초)와 함께

 


작가님의 꿈과 미래

롤모델처럼 닮고 싶은 시인이 있다.
이상교 시인이다. 남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여류시인이었다. 더 놀란 건 연세가 일흔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좋은 책을 꾸준히 내시고 그림도 그리시니 열정이 대단하다. 나도 그분처럼 나이 들도록 컴퓨터 하나 놓고 토닥토닥 시를 쓰고 싶다. 그게 내마지막 모습이면 좋겠다.


올해는 내 이름으로 된 시집을 하나 낼 계획이다. 첫 책이라 뜸을 들이는 중이다. 지금은 책을 내는 게 꿈이지만, 책을 내고 나면 또 다른 꿈을 꿀 거다. 평생 꿈을 좇아 살고 싶다. 속도가 중요하지도 않고 누가 먼저 이룬 게 부럽지도 않으니 그저 천천히 걸어가 멈추지 않겠다.


마을신문과의 만남

매월 말쯤 마을신문이 우편함에 꽂힌다. 예전엔 우체국 소인이 찍힌 손글씨로 쓴 편지가 우편함에 꽂히곤 했는데, 요즘은 행운의 편지조차 톡이나 이메일로 주고받는다. 그래서 우편함에 담긴 마을신문을 볼 때면 한 달에 한 번 편지를 받는 기분이다. 두꺼비마을신문을 받아 펼쳐보면 주민들 이야기와 동네 소식이라 내겐 동시 소재가 가득한 신문이다. 애독자다 보니 나를 취재하러 와 준 마을기자님 이름도 친숙하다. 이번 두꺼비 신문과의 만남은 원래 알고 지내던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유화란 작가의 동시는 일상에서 스쳐 가는 것들을 기발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특유의 감각적인 언어들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뜻하고 유쾌한 울림을 준다. 이번 호를 시작으로 유화란 작가의 동시를 두꺼비마을신문에 매월 연재할 계획이다. 그녀의 시를 통해 함께 공감하고 치유하며 나아가 내 주변의 사람과 자연과 마을을 더 사랑하게 되기를 바래 본다.

                    박선주 마을기자
                    박선주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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