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용(숲해설가, 산림치유지도사,도시농업관리사)

지리한 장마로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빗방울 때문에 세상의 어느 나무도 꽃을 피우지 않을 것 같은 이때에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습니다. 짙푸른 잎으로 녹음이 짙어갈 무렵 진한 노랑꽃이 임금님의 왕관을 길게 장식하는 깃털 마냥 우아하게 꽃대가 올라와 자그마한 꽃들을 줄줄이 다는 나무, 바로 모감주나무입니다. 산남동 근린공원 입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산남근린공원입구 모감주나무
  산남근린공원입구 모감주나무

모감주나무는 무환자 나무과의 낙엽 소교목으로 염주나무라고 하는데 염주 같은 열매를 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무이름을 ‘목염주나무’라 부르다가 ‘모감주나무’라 부르게 되었다 합니다.

모감주나무는 가지 끝에 솟아오른 긴 꽃대를 따라 샛노란 작은꽃들이 줄줄이 피는 모습은 정말 산뜻한데 특히 샛노란 꽃들이 바람을 따라 떨어질 때면 꼭 황금비가 쏟아지는 것 같다 하여 ‘황금비 나무(Golden rain tree)’라고 하였고, 풋열매는 마치 나무 정령이 달아놓은 등불 같아 보입니다.


자생지가 우리나라인 귀한 나무
모감주나무는 한때 중국에서 바다를 통해 건너온 나무로 해안가에 군락지가 있는 것으로 여겼지만, 식물학자들이 애써서 찾고 연구한 결과 북한의 황해도와 압록강 하구, 우리나라 백령도와 충남 안면도 승언리 군락지, 경북 포항의 발산리, 거제도, 충북 영동과 대구 등에서도 발견되면서 우리나라가 자생지인 귀한 나무로 결론이 났다고 합니다.

  안면도 승언리 모감주나무 군락지
  안면도 승언리 모감주나무 군락지

남북정상회담 기념식수로 심은 번영의 나무

모감주나무는 세계적으로 귀한 나무이며 꽃말은 ‘번영’입니다. 모감주나무는 2018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 회담시 북한의 백화원 영빈관 뜰에 기념 식수한 나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과 북이 함께 번영’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합니다.

모감주나무꽃은 꽃잎이 4장으로, 뒤로 젖혀져 있어 보는 방향에 따라 꽃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꽃을 찾아 날아온 벌이 앉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게 하고, 꽃가루받이가 끝난 꽃은 꼭 붉은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변하면서 보다 화려한 모습으로 벌과 나비를 유혹합니다.

  모감주나무 꽃
  모감주나무 꽃

모감주나무 꽃이 피고 지면 꽈리 모양의 열매 주머니가 뚝뚝 솟아나고 가을이 되면 열매 주머니가 셋으로 갈라지면서 검은 윤기가 흐르는 콩알만한 크기의 씨앗 세 개가 생겨납니다. 모감주나무 열매에는 비누를 만드는 사포닌 성분이 있어 옛날에는 비누 대신에 모감주 열매를 사용하기도 했답니다.

 

왕관을 벗고 승복을 입은 염주나무
모감주나무는 진한 노랑꽃이 임금님의 왕관을 길게 장식하는 깃털 마냥 우아하게 꽃대가 올라와 자그마한 꽃들이 줄줄이 달리는 나무입니다.

모감주나무의 열매는 한여름 동안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엄청난 수양을 닦아서 그런지 돌처럼 단단합니다. 모감주 씨앗이 다 익어 단단하게 되는 것을 ‘금강자’라 합니다. 둥글고 야물며 만질수록 반질반질해지며 단단하여 변치 않는 금강자로 스님들이 목에 거는 염주를 만들어 썼다 합니다.

    모감주나무 열매
    모감주나무 열매

스님의 염주에도 등급이 있다 하는데, ‘섭진실경(攝眞實經)’을 보면 염주의 재료에 따라 복을 받는 차원이 다르다고 합니다. 열대 향나무로 만들면 1배, 돌이나 쇠로 만들면 2배, 수정이나 진주로 만들면 1천만배, 연화자나 금강자로 만들면 2천만배, 보리수로 만들면 무량의 복덕을 얻는다고 합니다. 모감주나무가 어떻게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의 연화자와 같은 등급을 받는지를 알아보면 석가모니인 고파타 싯다르타의 생애를 그대로 엿볼 수 있습니다. 모감주나무는 불교에 귀의한 스님들의 꿈이 꽃처럼 화려하게 피어났다가 열매로 단단하게 익어가는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염주를 만드는 구슬은 피나무 열매, 무환자나무 열매, 율무, 수정, 산호, 향나무 등도 사용하나 금강자염주는 스님들도 아끼는 귀한 애장품이었습니다.

모감주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라서 우람한 모양을 자랑하는 나무는 아니지만 단아한 가지 뻗음과 가장자리가 들쑥날쑥한 잎, 황금깃처럼 솟아 오른 황금색 꽃, 초롱 속의 새까만 열매, 가을에 만나는 루비 빛 혹은 연노랑의 단풍 등 다른 나무에서 엿보기 어려운 독특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옛날 중국에서는 황제부터 서민까지 묘지 둘레에 심을 수 있는 나무를 정해 주었는데, 학덕이 높은 선비가 죽으면 모감주나무를 심게 할 정도로 품위 있는 나무입니다. 모감주나무는 꽃뿐 아니라 가을이면 노란 잎으로 물든 잎도 예쁘고, 자그마한 생김새도 고와서 정원이나 공원에 많이 심는 나무입니다. 햇볕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그늘진 곳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며 게다가 추위와 공해에도 강해서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잘 살아가는 소중한 우리의 나무입니다. 시간 내어 산남동 근린공원에 있는 우리의 귀한 모감주나무 한번 보시지 않으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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