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축구 선수를 꿈꾸는 아들과 함께 축구장에 다녀왔다. 손흥민 선수가 속해 있는 토트넘 경기를 보기 위해 5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로 경기장이 가득 찼다. 모두 설렘과 흥분으로 들떠있었다. 복잡한 인파 속에 휠체어를 탄 한 청년이 눈에 띄었고, 경기장에 온 여느 사람들과 다름없이 ‘son 7’이라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친구들과 환하게 웃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목발을 짚은 사람, 휠체어를 탄 장애인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 축구를 즐기러 온 축구팬일 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따윈 없었다.

우리나라 장애인구는 266만 명 정도로 인구 대비 5.39%(2017년 기준)라고 한다. 스무 명 중 한 명이 장애인인 셈이다.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우린 평소 장애인을 만나기가 어려운 걸까?

 

우리들의 블루스

얼마 전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됐다. 드라마에서는 배우 한지민의 여동생으로 다운증후군 배우 정은혜 씨가 등장했고, 장애를 가진 여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가족의 고뇌를 잘 그려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일자리 등의 사회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겪는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장애인에게 쏟아지는 차별적 시선은 인간의 존엄할 권리를 파괴한다. 장애인을 따가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배려 없는 말을 내뱉는 장면에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드라마 속 정은혜 배우는 실제 지적장애가 있어 대사를 외우는 일이 남들보다 몇 곱절은 더 힘들다. 하지만 그녀 옆에서 도와주고 이끌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들과 함께 이뤄낸 감동적인 장면들이 가득했다. 실제 캐리커쳐 작가로서 일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정은혜 씨의 모습은 우리네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번 호 여의주(러분이 미 있는 마을의 인공)로는 정은혜 작가처럼 장애가 있어도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이윤재 씨(50)를 선정했다. 다운증후군 장애의 특성상 노화로 인해 이가 모두 빠져 발음을 잘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다행히 김석규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취재를 잘 마칠 수 있었다. 참고로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장애로 키가 작고 특징적인 얼굴 형태를 보이며 평균적 지능이 70 이하라고 한다. 하지만 사회성이 좋고,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꾸준히 받으면 기본 기술을 습득하여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다.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성인이 되면 사회의 일원으로서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간다. 생활, 경제적 자립은 개인뿐 아니라 가족의 행복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지점이다.

 

프란시스코의 집

이윤재 씨는 1998년도부터 야고보의 집이라는 그룹홈(자활, 자립을 위한 소규모 생활보호시설)에서 살며 프란치스코 보호작업장(프란치스코의집)에서 화장지 포장 일을 24년째 하고 있다. 기자가 취재하러 갔을 때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만났고 정확히 1시가 되자 작업장으로 복귀했다. 장애인 보호작업장이라 조금 느슨할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윤재 씨는 그룹홈에서 살며 이곳에서 일하는 게 너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이윤재 씨처럼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장애인의 비율은 36.9%(2017년 기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노동시장 진입장벽의 어려움으로 일할 수 있는 장애인의 경제활동은 아직도 매우 저조하다.

 

나를 찾아와 주세요

이윤재 씨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선규라는 친구가 장난을 많이 쳐요. 내가 형인데 자꾸 까불고 대들고 해서 내가 많이 지도해야 해요.’ 방금 복지관 복도에서 마주친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환하게 웃는다. 자기소개를 친구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걸 보면 이윤재 씨는 요즘 말로 인싸(insider: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인가 보다. 김석규 사회복지사는 이윤재씨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 손님들이 오는 걸 반긴다고 했다. 예전엔 봉사자들이 그룹홈에 찾아와 장애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코로나 이후 발길이 끊겨 많이 아쉽다고 했다. 이제 다시 방문이 가능해졌으니 봉사자들이 많이 찾아와 희망을 나누면 좋겠다.

 

일상의 행복을 누릴 권리

이윤재 씨에게 그룹홈의 장점을 물었다. ‘내가 제일 행복한 건 여기서 매일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거예요이윤재 씨는 그룹홈 생활에서 제일 좋은 건 역시 맛있는 밥이라고 했다. 식사는 담당 사회복지사가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그 외 설거지나 상 차리기, 청소 같은 일상의 일들은 5명의 그룹홈 식구들이 해낸다. 오랜 기간 훈련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이윤재 씨는 그룹홈에서 지내는 데에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지만, 선규 씨만 말을 잘 들으면 더 바랄 게 없다며 활짝 웃었다. 이쯤 되면 윤재 씨에게 선규 씨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룹홈의 아쉬운 점에 대해 김석규 사회복지사는 지원금이 적은 것이라고 했다. 현재 5명이 사는 그룹홈에 지원되는 한 달 지원금은 백만 원인데 5인 기준 가족의 최저생계비가 3,376,662(2020년 기준)인걸 보면 턱없이 부족하다. 부족한 이용료는 5명의 그룹홈 식구들이 나눠서 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TV나 냉장고, 에어컨 같은 고가의 물품들이 노후화되면 난감한 일이다. 필수 시설에 대한 안정적 지원이 필요해 보였다.

또 다른 문제는 60세가 되면 그룹홈을 떠나 노인장기요양 시설로 들어가야 하는 점이다. 60세가 넘으면 건강한 사람이라도 일을 하거나 생활시설에서 지낼 수 있어야 하는데 탈시설화 정책으로 머물 곳이 없다고 한다.

 

당신의 꿈

김석규 사회복지사는 모든 장애인들의 꿈은 오랫동안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윤재 씨 또한 이곳 그룹홈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보호작업장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 소망이자 행복이다.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힘들고 불행하지 않게 최소한의 권리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더 이상 비극적 뉴스는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수많은 정은혜, 이윤재 씨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품격 있는 사회를 기대한다.

 

프란치스코의집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로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회복지법인이다. 화장지와 핸드타올, 면장갑 등 친환경 제품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으니 이왕이면 이곳에서 가치소비를 해보기를 추천한다. www.freeup.kr

봉사/장애인식개선교육 문의 혜원장애인복지관 김석규팀장 043)295-2505

 

장애인을 만나면 이렇게 대해주세요!!

 

1. 반복해서 이야기 해주세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요. 열 번이상 반복해서 얘기해주세요.

2. 인격적인 무시는 삼가주세요

장애인도 우리와 똑같이 느끼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특히 성인 장애인을 절대 아이처럼 대하지 말고 존중해주세요.

3.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반복해서 가르쳐주면 언젠간 해낼거예요. 따뜻한 눈길로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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